11년전 상영되었던 "그리스도의 수난 (The Passion of Christ)"에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아람어로 대화를 나눈다. 영화의 한 부분인 예수와 본디오 빌라도의 만남과 대화에서 그 둘은 라틴어로 대화를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예수께서는 아람어와 라틴어를 일상 생활에서 주로 사용하셨을까? 


먼저 구약성서에서 사용된 아람어의 흔적을 보자. 구약 성서들 중 일부분 (에스라, 다니엘서)은 아람어로 기록되었다. 직접적으로 아람어를 사용하였다는 증거는 없지만 주전 5세기 느헤미야는 국제 결혼을 한 유대인의 자녀가 유대 방언 (히브리어)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책망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보다 앞선 주전 8세기 (702-701년 사이)에 앗수르의 산헤립이 예루살렘을 공격할때 랍사게가 히브리 방언으로 히스기야의 항복을 요구한다. 이때 예루살렘의 관직자들이 "청하건대 아람 말로 당신의 종들에게 말씀하시고 (왕하 18:26)" 라는 표현이 나온다. 아마 당시 고위 관직자들은 아람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사하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일반 백성들은 아람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람어는 점점 혼성 국제어 (Lingua franca)가 되었고 예수 시대 당시에는 지금의 영어가 국제어인것처럼 아람어가 국제어로 통용되었다. 


신약성서에도 국제어인 아람어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אלי אלי למה עזבתני - 히브리어 / אלי אלי מטול מה שבקתני - 아람어, 마태 27:46; 막 15:34)" 이다. 마태와 마가가 기록한 헬라어 σαβαχθανι (사박다니)는 아람어를 음역한 것이다. 야이로의 죽을 딸을 살릴때도 예수께서는 아람어로 "달리다굼 (막 5:41)" 이란 용어를 사용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와 당시 제자들, 더 나아가 갈릴리의 유대인 혹은 유대 사회 전체적으로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예수 당시의 문헌이나 고고학적 증거들은 오히려 히브리어가 일상 언어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주전 2세기경의 유대 문헌 Ben Sira는 히브리어로 기록되었고, 사해 사본의 기록 역시 주로 히브리어로 되어 있다. 주세 2세기 경의 문서인 바르 코크바의 편지도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사도행전 21:40에 보면 바울이 히브리어로 대중 앞에서 자신의 무죄함을 변명하기도 한다.


천부장이 허락하거늘 바울이 층대 위에 서서 백성에게 손짓하여 매우 조용히 한 후에 히브리 말로 말하니라...그들이 그가 히브리 말로 말함을 듣고 더욱 조용한지라...(행 21:40-22:2). 




사진: "탈리타쿠미" 예루살렘에 있었던 아동 구제소의 흔적 


더 나아가, 유대인들에게 히브리어는 일상 언어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종교 의식때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로 의식을 진행하였다. 누가복음 4장에 나오는 예수의 나사렛 회당 방문과 그가 읽었던 이사야서 두루마리 (61장)는 분명 히브리어였다.David Flusser (저명한 신약 성서시대 학자 - 히브리 대학교)에 의하면 예수의 제자들의 성서 기록물들은 성서 히브리어에 배경을 둔 랍비 히브리어의 언어적 구조가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 성서에 나타나며, 사도 바울이 기록한 헬라어로된 서신서들 문장 구조에서도 히브리어의 흔적들이 나타난다. 


한편 예수께서 로마 백부장과 대화를 나누는데 백부장이 아람어나 혹은 히브리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기 보다는 헬라어로 예수와 대화를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로마인들은 아람어가 아닌 라틴어와 헬라어를 주로 사용하였다. 실제 예수께서 자라나신 나사렛은 당시 갈릴리 지역의 수도였던 찌포리로부터 약 12 km 정도 떨어져 있기에 어느 정도 로마인들과의 접촉이 있었을 것이고 헬라어를 배웠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수 있다. 멜 깁슨의 그리스도의 수난에서는 라틴어로 예수께서 본디오 빌라도와 대화를 나누지만, 영화가 상영된 후 학자들이 지적하는 영화의 언어-역사적 배경의 문제로 "라틴어"를 지적한다. 왜냐하면 당시 로마 군병들이 라틴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유대 지역에서는 라틴어 보다는 헬라어가 일상 생활에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예수의 제자들이 헬라어로 사복음서를 기록한 것 역시 당시 일반 유대인들은 헬라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증거한다. 


결론적으로, 유대 지역과 주변 나라에서 아람어가 링구아 프랑카로서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며 예수께서 아람어를 구사하였다는 것을 성서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지만, 히브리어 역시 아람어와 함께 유대인들의 모국어로 그 역할을 감당하였고 라틴어보다는 아람어와 함께 국제어로가 된 헬라어를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구사하였다는 것을 신약 성서와 당시 문헌 및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