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에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로 지나가시다가 한 마을에 들어가시니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를 만나 멀리 서서...(눅 17장 11-) 


몇년전만 해도 사마리아 지역 특별히 제닌(Jenin)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곳곳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가 있었고, 까다로운 검문 절차를 받고 나서야 들어갈 수가 있었다. 현대판 성서 시대를 다시 보는 듯 하였다. 왜냐하면 성서 시대에는 사마리아 지역을 통과해서 예루살렘이나 갈릴리 지역으로 가는 것이 매우 위험하였고 통행을 막았기 때문이다. 사마리아 사람들과 유대인들과의 역사적이며 종교적인 갈등은 점점 증폭되었고 갈릴리의 순례자들은 어쩔 수 없이 요단 동편길로 돌아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곤 하였다. 최근 이스라엘 검문소사 철폐된 이후, 사마리아 지역 안쪽까지 직접 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쉬워졌다. 요단 서안 지역내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상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지역내의 무슬림들 틈속에 예수의 제자들로 살아가는 이들도 직접 만날 수가 있다. 


성서 시대 열명의 나병환자 사건이 있었다는 부르킨에 다녀왔다. 열명의 나병환자 사건은 눅 17장 11절 이하에 등장한다. 누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주로 연대기적으로 예수의 사건을 기록하였으니, 17장에 나오는 예루살렘 순례는 예수의 공생애 마지막 순례였으리라.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로" 라는 본문의 기록을 보면 예수께서 사마리아 지역 안쪽 깊숙이까지 들어가시지는 않은 듯 하다. 누가는 갈릴리와 사마리아 지역 사이에 있는 "한 마을"에 예수께서 들어가셨다고 말한다. 




사진 (구글 맵 이미지): 붉은색 원(Burqin - 열명의 나병환자 사건 현장). 파란색 - 이스르엘 계곡, 연두색 - 벧산 평야, 붉은색 선 - 예수의 이동 경로 


일반적으로 성서 시대에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에 마을을 만들지는 않는다. 산지가 많은 이스라엘에서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지 확보가 중요하였기에 마들은 산비탈이나 산지 위쪽에 만들었다. 마태복음 5장 14절에서 마태는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라는 표현하는데 이는 당시 산 위에 마을들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 


사마리아 지역과 갈릴리 지역 사이에는 이스르엘 평야 (혹은 계곡)과 벳샨 평야가 있다. 성서 시대의 도시나 마을이 주로 산지 위쪽에 형성되었다는 것을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갔다는 말에 적용을 시켜보면 예수께서는 그 마을을 의도적으로 찾아 들어가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벳샨 평야길을 따라 요단 동편으로 가셔야 하는 분이 굳이 평야의 좋은 길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산지 위쪽에 있는 마을까지 들어가셔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는 예수께서 그 마을을 의도적으로 찾아 들어가신 이유를 이어서 설명한다.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를 만나 멀리 서서 소리를 높여 이르되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눅 17:12-13), 


ελεεω (긍휼). 사복음서에 등장하는 "엘레오"는 주로 병자들이 자신들의 질병을 치료해 달라고 예수께 간청할 때 사용되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예수의 불쌍히 여김만이 필요하였다. 사마리아와 갈릴리 접경에 있는 한 마을에 있던 열 명의 나병환자들 긍휼을 예수께서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하였다. 그러나, 이미 말한대로 예수께서 의도하지 않으셨다면 산지 위쪽에 있는 그 마을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예수께서는 이미 불쌍히 여김, 긍휼을 준비하셨고 그 산지 위쪽으로 올라가신 것이다. 





전통적으로 예수께서 올라가셨던 산지 위쪽에 있는 마을은 부르킨(Burqin)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그리스 정교회에서 세운 작은 교회가 산비탈에 위치해 있으며 비쟌틴 시대 당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인 헬레나가 열명의 문둥병자 사건이 있던 곳에 방문을 하였고 그 당시 그녀가 앉았었다는 돌 의자가 남아 있기도 하다. 


예수의 긍휼을 간구하였던 열명의 나병환자들에게 예수께서는 제사장들에게 가서 그들의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셨고 그들은 가는 도중에 깨끗이 치유함을 받았다. 그 열명의  나병환자들중 한 명은 사마리아인이었으니 아마 아홉몀은 갈릴리 지역에 있는 제사장을 찾아갔을 것이다. 사마리아인도 그리심 산쪽으로 가려다가 자신의 몸이 치유받은 것을 알고 예수께로 돌아왔다. 





예수께 돌아온 그 사마리아인을 향해 예수께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신다.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눅 17:19). 아홉명의 나병환자들은 몸의 치유를 받았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은 몸의 치유보다 더 값진 영혼의 치유를 받은 것이다. 예수께서 의도적으로 찾으신 그 산지 위의 마을, 아마 유월절이 가까운 시기였으니 혹 비라도 내렸다면 산지 위로 올라가는 길은 질퍽하여 걷기가 불편하였을 것이고, 한 낮에 산지 위 마을을 향해 오르셨다면 꽤나 땀을 흘리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의도적으로 그 한명의 나병환자를 만나기 위해, 그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가시던 길을 벗어나 산지로 오르셨고, 그 한 영혼이 찾아왔을 때 그 분은 아마 춤을 추셨을 것이다. 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소중하니 말이다... 








사진: 부르킨 그리스 정교회 (열명의 문둥병자 사건 현장) 사진 제공은 이익상 목사님께서 해주셨습니다. www.bibla.co.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