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에서 다하브로

Public Diary 2011.11.05 04:25 Posted by Israel
시내산을 두번 올라가라면 다시는 못 올라갈듯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려와서 다시 보이지도 않는 산 정상을 향해 눈을 들어 보니, 다시 오고 싶다는, 아니 다시 와야만 한다는 산의 울림이 내 마음의 귀를 때린다. 귀로 들린다면 막을 수 있겠으나, 마음에 들리는 이 산의 명령앞에 언젠가, 그래 언젠가 다시 와서 그때는 산 정상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내야지 라는 다짐을 해 본다. 
 
 


호텔에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식사였기 때문일까? 아침이 저녁보다 훨씬 좋았다. 역시 기대치를 너무 높이면 실망도 큰법...깨끗하게 포기하고 적응하는 것도 삶의 지혜인듯 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다하브로 향했다. 다하브는 히브리어로 "자하브"라 하는데 이는 "황금" 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다하브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하는 중 휴가차 온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옛날에 배가 다하브로 들어오는데 석양에 물든 다하브가 황금색 옷을 입어서 다하브라 불렀단다.  
 
 
다하브로 가는 광야 길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다. 물론 푸른 초장도 아니고, 시냇물이 흐르는 광야가 아니다. 들판에서 뛰어놓는 양떼나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를 만날 수 있는 광야도 아니다. 그러나, 푸른 옷을 벗어버린 광야는 그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 성형을 가하지 않은 광야의 태고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광야 애찬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모세를 따라 출애굽하였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광야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움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혈전이 벌어지는 곳이었으라. 가도 가도 오아시스가 보이지 않는 광야길에서 자식이 목말라 애타한다면, 부모로서 끓어오르는 분을 어떻게 삼키고 그냥 무릎을 꿇고 기도만 하였을까? 성서의 광야 생활을 안락한 흔들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읽는 것과 그 광야속에서 물  한방울을 얻기 위해 손을 내밀어야만 했던 그 백성들 사이와의 괴리감은 그들의 분노에 찬 소리지름 앞에 "믿음"이라는 심판의 자로 그들을 판단하는 내 자신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든다.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구했던 "물". 그것은 그들의 생명을 위한 것이었다. 방법은 거칠었지만, 쉽게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였던 나를 돌아보라는 광야의 음성을 들으면서 다하브를 향했다. 

 

시내산에서 다하브까지는 근 2-3시간 정도가 걸렸다. 다하브가 가까울수로 점점 바닷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전에 예루살렘에서 같이 공부하던 한 유학생의 다하브 예찬이 문듯 기억난다. 다하브가 너무 좋아서 다른곳을 다 포기하고 다하브에서만 일주일 있었다! 그러나 왠걸... 다하브에 도착해서 보니 썰렁하다. 한여름이라 그런가? 이유를 물어보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서 나라가 불안하다보니 관광객이 없단다. 시내 호텔에 짐을 풀고 다하브 다운타운으로 가보니 조금 과장해서 아무것도 없다. 문을 연 식당이 아마 두세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 외에 스킨 스쿠버 장비를 파는 곳 정도였다. 


호텔에서 다하브 다운 타운으로 가는 방법도 아주 재미(?)가 있었다. 처음엔 택시를 기다렸다. 길가에 차 한대가 서 있었는데, 어린 아이를 운전대 좌석에 앉혀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했다. 다운타운을 간다고 하자 자기가 데려다 준단다. 택시가 아니기에 거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사람의 가족인듯한 사람들이 호텔에서 나왔는데, 아마 8명은 족히 된듯 하다. 그런데 그 승용차에 다 타는 것이다. 운전석에 두 사람. 보조석에 두 사람 그리고 뒷 자리에 남은 사람들이 다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어 다른 짚차가 멈추더니 태워다 준단다. 좋다 했더니 뒤 짐칸에 타란다. 이런... 

 

암튼 조금 더 기다려서 택시를 타고 다운 타운을 약 10분 정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바닷가로 가서 수영을 했지만 재미는 없었고, 블루홀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가서 스누쿨링을 하고 싶었으나 그곳까지 가기에는 시간과 돈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였는데, 결국 사기 비슷한 것을 당해서 호텔 근처에 있는 가게 주인의 현란한 말솜씨에 거의 속아서 모터 보트를 타고 트리풀 (Three pole) 이라는 곳으로 갔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지만, 정말로 별거 없었다. 아무래도 녀석이 그냥 아무데나 간것 같다. 사전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채찍을 가하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하브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이제 내일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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