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짧았던 광야 체험

Public Diary 2010.08.11 06:54 Posted by Israel
가끔식 계획에 없던 일들을 저지르곤 합니다. 때로는 허무맹랑할 수도 있지만, 무계획속에 일어나는 일들은 또다른 삶의 모험이 되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죠. 지난 주일날 밤에 아들 하림이와 월요일날  광야에 가서 하릇밤을 자고 오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처와 채림이는 아주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하는 말이 "우린 럭셔리 한것이 좋아...호텔이 아니면 절대로 안갈 거야" 라고 말하면서 냉기류를 형성하고 가는 길을 막으려 했지만. 어찌 남자들이 저지르는 무모한 짓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사진: 광야에서 야영할 준비물입니다. 탠트 두개 (매우 좋은 것 하나와 좋은 것 하나 - 매우 좋은 탠트에서 아내와 내가 잘 생각이었는데, 럭셔리를 꿈꾸는 딸 채림이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부터 찜통 더위가 시작되어 이번주까지 아주 사람의 진을 빼는 더위가 계속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림이는 월요일 아침부터 광야로 가서 하룻밤 잔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들떠서 천창에 붙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지난 두주간 교회 캠프를 다녀와서 이제부터 슬슬 엄마와의 공부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그 공부를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오후가 되자 드디어 수학 공부에 돌입하게 되고, 광야가 수학보다 더 무서운줄 모르고 빨리 광야로 탈출하자는 하림이의 말을 무시하면서 저녁 시간이 되도록 기다렸습니다. 내딴에, 너무 더울것 같으니 해질 무렵에 갈 생각이 있던것 것이었습니다.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렇게 력셔리를 외쳐대던 딸 채림이와 처가 "피자"를 시켜서 광야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돈인데 환전을 하지 않은 상태라 제 수중에 오십 세겔뿐이었고 원래 하림이와 광야에서 라면을 먹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난 싫다고 했습니다. 


사진: 바로 이 유대 광야 산지에서 야영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말이죠. 겁도 없이...

그러나 싸늘한 눈총을 맞은 이후 정신을 잃어가며 어쩔 수 없는 항복을 하게 되었고 딜을 하여 채림이에게 오십 세겔을 내라고 하지도 못하고 꾸워 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그 오십 세겔 받기 위해 가계부를 만들어 쓰더니 "아빠가 빌려간돈 50 세겔 돌려달라고 아주 강압적인 태도로 말했지만 아직 돌려주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피자를 시켜서 (그것도 두판 식이나) 오후 5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약 7시쯤해서 목적지인 사해 중간쯤에 있는 광야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에 도착하여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너무나 멋있어서 하림이는 연신 "와우..와우..."하고 감탄사를 외쳐댔고 전에 한번 와본적이 있는 처와 채림이는 뭐 이런것 같고 소리를 지르냐는 식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사진: 산 정상에 도착해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 못찍을때 하는 말이 있죠..사람의 눈만큼 좋은 것은 없다..카메라 탓...) 

산 정상에 도착하여 전망대를 향해 가는 길은 정말로 험했습니다. 몇년 전에 왔을때나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돌짝길에다가 여기 저기 움푹 패여서 차가 대신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전망대 근처에 도착 하였을 때쯤 이미 해는 지중해 속으로 들어가 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멀리 서쪽편은 붉은 홍조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사진: 사진으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편은 깊은 협곡입니다. 가까이 가면 떨어질까 겁나는 곳이죠. 


이게 왠일...차에서 내리고 보니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부는지 게다가 주변에 탠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길가에 우뚝 서있는 경고판 - "이곳에서 하이킹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국립공원 관계자의 허락을 받고 하이킹을 할것" 은 마치 이곳은 너희들이 올곳이 못된다 라는 식의 경고를 하는 듯 했습니다. 

사진: 이때만 해도 좋았죠..바람은 거세게 불었지만 그래도 야영을 할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결국 못이기는 척하며 아내의 말을 듣고 산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그제그로 내려오면서 여기 저기 빈터를 보며 이곳에서 야영을 할까 저곳에서 야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용기가 없어 속으로만 외쳐대다가 결국 엔게디 국립공원 맞은편 야영장에서 탠트를 치고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피자를 먹었습니다. 

이미 해는 지고, 하늘엔 은하수와 수없이 많은 별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고, 바다가 부르는 소리에 하림이와 함께 사해 수영을 즐겼습니다.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가끔 발을 찔러대는 돌 빼놓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기온도 적당히 따뜻한 36도 였고 물도 따뜻했습니다. 무서워서 멀리 가지 못하고 해변에서 가까운 곳에서 둥둥 떠 있었지만 입에서는 찬양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진: 밤 9시 30분경에 찍은 것입니다. 기온이 36도..체감온도는 약 44도 어쩌면 그 이상...

수영을 마치고 탠트로 돌아와서 이미 잘 준비를 하고 있는 럭셔리를 꿈꾸는 아내와 딸에게 침을 튀겨가며 사해 예찬을 늘어 놓았지만 그들의 냉랭한 가슴과 감정을 녹일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은 어느 덧 흘러 10시를 넘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탠트가 그 바람에 리듬을 맞춰서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발로 탠트를 지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사해 바람은 비웃는듯 계속 탠트를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결국엔 뚝 하더니 탠트 지지대가 부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때를 노리고 있던 럭셔리를 꿈꾸던 아내가 도저히 여기서 못자겠다고 조용하지만 힘있게 주장을 하였습니다. 저도 못 이기는 척 그렇게 하자고 하고 일단 탠트를 걷어서 차에 밀어 넣고 나서 그래도 아쉬워서 그럼 여기 노상에서 그냥 자자 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사진: 멀리 엔게디 국립공원 그리고 그 뒤로 유대 광야 산지가 보입니다. 눈 비비고 잘 보면 별도 몇개 보이죠 

그리고 길가에 누워서 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언제 별똥별이 떨어지나 쳐다보고 있는데 그날 따라 별들이 다 초강력 본드로 붙어 있는지 떨어지질 않는 것입니다. 겨우 하나 보았습니다. 시간은 점점 지나 12시를 넘겼고 잠을 이루지 못하던 아내는 서성거리며 이 양반이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는 식의 눈총을 주고 있었습니다. 

사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그 방향을 향한 이정표뿐이죠..ㅋㅋㅋ

사실 나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1시30분쯤 되어 아내가 돌아가자고 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 역시 빨리 럭셔리한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사진: 엔게디 도로변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광야와 사해 바람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만일 광야 산 정상에서 야영을 했다면 아마 그날 밤은 정말 공포의 밤이었을 것입니다. 탠트 안에서 아마 손들고 있었겠죠. 아내와 채림이의 구박을 들으며 말입니다. 어쩌면 탠트 날라가지 않도록 밤새도록 탠트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오늘의 부상병입니다. 다리 골절에다가 뼈가 완전 으스러진 지지대 일병입니다. 

다음엔 보름때 다시 광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야영은 싫고 밤 하늘 구경가자고 합니다. 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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